AI

이 발표 자료는 AI가 만들었습니다.

매일 러너 2025. 11. 20. 00:13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발표 말미에 '이 발표 자료는 AI가 만들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꽤나 신선하고, 충격을 받았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다르게 들립니다. 오히려 '그래서요?'라는 반응이 나오거나, 심지어 발표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왜일까요?

 

최근 몇 년간, AI 기반 도구들은 우리의 업무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특히 발표 슬라이드 디자인 분야에서 AI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죠. 복잡한 데이터 시각화부터 세련된 레이아웃 제안까지, AI는 순식간에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발표 자료를 AI로 쉽게 만들어 준다는 말은 참 달콤하게 들리네요.

 

그리고 한때, 청중 앞에서 "사실 이 모든 슬라이드는 AI가 만들어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힙(Hip)'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AI 도구의 경이로움을 자랑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AI는 이제 '기본 도구'가 되었다

AI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 대중들의 눈높이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더 이상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자체에 놀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목공예 전문가에게 "이 의자는 최신 전동 공구가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듯,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같은 기본적인 도구 사용 능력을 넘어, AI는 이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성능 도구'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AI가 만들었다"는 말이 이제는 무책임하고 비전문적으로 들릴까요?

 

첫째, 깊이 있는 고민의 부족

딸깍 한 번으로 생성된 발표 자료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AI는 생성한 사람의 프롬프트와 제공된 자료만으로는 저자가 의도하는 깊이 있는 내용을 한 번에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청중은 표면적인 정보 나열이 아니라, 발표자만의 분석과 해석을 원합니다.

 

각자 맡은 전문 영역에서 AI는 그럴싸한 겉할기만 잘합니다. 도메인의 깊숙한 곳 저자의 인사이트가 첨가될 때 비로소 청중에게 와닿을 수 있습니다.

 

둘째, 결과물에 대한 책임 회피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진 슬라이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검토 없이 사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AI가 만들었다"는 말은 마치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제 책임은 아니에요"라고 들릴 수 있습니다. 전문가라면 AI라는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에 쫓겨 제대로 리뷰하지 못한 채 생성된 콘텐츠를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읽기만 하고, 생성형 AI가 만들어준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셋째, 진부해진 AI 결과물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면서, AI가 생성하는 디자인 템플릿이나 문구가 점점 진부해지고 있습니다. 특정 색상 조합(예: 보라-파랑 그러데이션), 특정 아이콘 스타일, 비슷비슷한 데이터 시각화 방식... 대중들은 이제 "아, 이거 AI로 만들었구나"를 한눈에 알아봅니다. 그래서 발표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자료를 보길 원합니다.

 

저는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AI에게 지침을 내려주고 저와 비슷한 어투나 글의 흐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AI도 나의 화법, 문장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AI 결과물에 대한 리터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전문성은 도구 너머에 있다

AI는 더 이상 마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효율성을 높이고 기본 수준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비서'입니다.

 

진정한 전문성은 이제 AI의 결과물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삼아 청중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통찰력과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에서 나옵니다.

 

AI를 활용했음을 굳이 언급하고 싶다면, "AI 덕분에 제가 내용과 통찰력을 연마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와 같이 결과물의 질과 본인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 말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다음 발표를 준비할 때, AI가 제안한 슬라이드를 그대로 사용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자료가 나만이 전달할 수 있는 고유한 관점을 담고 있는가?"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만들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아 메모장 캡쳐했습니다.

 

그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AI는 여러분의 전문성을 빛내주는 진정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은 AI 도구인 Gemini를 통해 초안을 생성한 후,
제가 직접 3차례의 심층 탈고 과정을 거쳐 완성했습니다.
탈고 단계마다 AI의 도움을 받아 리뷰하고 수정했으며,
최종적으로는 Claude와 Perplexity를 통해 추가적인 피드백을 받아
총 2번의 최종 수정을 더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AI는 저의 창작과정에 강력한 비서 역할을 해주었지만,
모든 내용의 깊이와 완성도는 저의 검토와 책임 아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