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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가볍게

회사 동료가 슬랙 채널에 링크 하나를 공유했습니다. NVIDIA에서 Generative AI Multimodal 관련 인증 시험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https://elice.io/ko/newsroom/nvidia-certification-free-event

AI Day Seoul - NVIDIA Certification 런칭 이벤트

AI 분야 최전선을 선도하는 NVIDIA 공식 인증시험을 엘리스와 함께 무료로 응시하세요. 2025 NVIDIA AI Day Seoul에서 $125(약 17만 원) 상당의 Generative AI·LLM·멀티모달 인증시험을 0원에 경험할 수 있는 특

elice.io

 
"한번 볼까?"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무료였고, AI가 화두니 까요. 제품을 다루는 입장에서 이런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신청하고 나니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략 보름 정도 남았던 기억이 나요. 일단 등록을 했지만 서울까지 가서 시험을 칠까 말까 고민했던 터라, 자료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응시해 볼 결심

회사에서는 매일같이 AI로 업무 혁신을 해보라고 하고 있고, 저도 매일 AI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내가 지금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매주 동료들과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뒤쳐지고 있나 싶은 생각에 이 시험에 한번 도전해 보면서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준비 과정: Claude를 학습 파트너로 (3일 벼락치기)

결심은 했지만 업무다 육아다 뭐다해서 차일피일 시작을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결전의 시간은 빨리 옵니다. 며칠 안 남았으니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학습자료도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인증 시험을 공부해 본 적이 오래되어서 갈피를 못 잡았는데요.
 
결국, AI인 Claude를 학습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처음 시도는 간단했습니다.

"NVIDIA Certified Associate Multimodal Gen AI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모의고사 문제를 내줘."
첫 프롬프트와 모의고사

 

Claude는 40문제를 만들어줬고, 저는 풀었습니다. 첫 점수는 85%였습니다. 나쁘지 않았지만, 틀린 문제들이 계속 신경 쓰였습니다. Context Window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LoRA의 rank가 뭔지, TensorRT와 Triton의 차이가 뭔지. 개념들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내가 틀린 문제 위주로 다시 10문제 내줘."

 

클로드는 채점을 잘 못합니다. 여러번 채점에서 실수를 하더라구요.

 
Claude는 제 약점을 파악하고,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문제를 만들어줬습니다. 틀릴 때마다 "왜 이게 틀렸어?"라고 물었고, Claude는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해줬습니다. TensorRT의 "RT"는 Real-Time이니까 추론용이라는 식으로요. BERT는 책벌레처럼 텍스트만 읽는다고 했고, CLIP은 이름에 "Image"가 들어가니 멀티모달이라고 했습니다.

연상법으로 외운 몇가지들은 시험에서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연상법이 쌓이니 헷갈리던 개념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천 개의 토큰, 수십 번의 반복

정확히 몇 개의 토큰을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수천 개는 될 겁니다. 모의고사만 10회 이상 봤고, 각 오답마다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같은 개념을 다른 각도로 묻는 문제를 만들어달라고도 했고, 저는 응용문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오답노트를 HTML로 만들어줘"라고 요청했더니 정말 만들어주더군요. 틀린 문제들이 카테고리별로 정리되고, 각 문제마다 해설과 연상법이 붙어 있었습니다. 시험 전날 밤, 그 파일을 몇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되돌아보면, 제가 Claude에게 계속해서 프롬프트를 다듬어가며 학습 방향을 조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더 쉽게 설명해줘", "실전처럼 문제를 내줘", "계산 문제도 포함해서". Claude는 제 요구에 맞춰 계속 변화했고, 저는 그 과정에서 개념을 이해해 갔습니다.


시험장에서

집에서 시험장까지 거리가 꽤 됐습니다. 늦지 않으려고 일찍 출발했더니, 시험장에 2등으로 도착했더군요.
 
등록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잘 안 됐습니다. 알고 보니 제 구글 계정에 등록된 이름이 문제였습니다. 다른 구글 계정으로 시도하니 로그인은 됐지만, 인증 서비스에 자동으로 연동된 이름을 바꾸려면 CS에 요청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빠르게 처리해 주셔서 시험 시작 전에 해결됐습니다.

왜 엔비디아의 로고에서 n은 소문자일까요?

 
시험은 last name과 시작 코드를 입력하면 시작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입력하는 순간 바로 시간이 카운트되기 때문에, 감독관의 신호가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작했습니다.

아이맥으로 시험이 치뤄지고, Last Name, Unlock Code 입력 시 응시 전용 창이 풀 스크린으로되면서 시험이 시작됩니다.

 
제한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일찍 끝내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략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쌀로 밥을 짓는 이야기같지만 늘 보는 안내사항입니다. 지켜야합니다.


실전은 달랐습니다

시험장에 앉아서 첫 문제를 보는 순간 알았습니다. "아, 이건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
 
Claude와 함께 준비할 때는 주로 NVIDIA 제품과 도구들에 집중했습니다. TensorRT, Triton, NeMo, Riva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실제 시험은 그보다 훨씬 더 기초적인 ML/AI 개념을 물어봤습니다. 제품 수준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기초 지식들이었습니다.
 
체감상 Claude가 만든 문제와 실제 시험의 적중률은 20% 정도였습니다. 준비한 방향과 실제 시험의 초점이 달랐던 거죠. 하지만 그래도 풀어야지요.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하고, IT 업계에서 18년간 일하며 쌓인 기초 지식들이 떠올리며 풀었습니다. 
 

시험의 결과는 제출하자마자 표시가 됩니다. 다행히도 Pass 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습니다.

합격의 뱃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등록된 인증 시험 계정의 이메일 주소로 점수표도 수신받았습니다.


IT 업계 18년의 무게

솔직히 말하면, IT 업계에서 18년을 일한 경험이 없었다면 통과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시험 문제들이 단순히 최신 AI 기술만 묻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아키텍처, 데이터 분석 같은 폭넓은 이해를 요구했습니다.
 
Claude와의 벼락치기가 NVIDIA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줬다면, 18년의 경험은 그 지식을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감각을 제공했습니다. 두 가지가 결합되어 겨우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I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AI 시대의 학습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문의 질과 피드백의 속도라는 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교재를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모르는 것만 골라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학습했습니다. "이걸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라고 하면 비유를 들어 설명해 줬고, "다른 각도로 문제 내줘"라고 하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줬습니다.
 
물론 Claude가 만든 문제의 적중률이 20%라는 건 한계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적중률이 아니었습니다.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시험 준비였고, 그 이해가 실전에서 응용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도구로서의 AI, 그리고 책임

제 이전 글 "이 발표 자료는 AI가 만들었습니다"에서 이야기했듯이, AI는 이제 기본 도구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AI로 만들었어요"라는 말이 특별하지 않습니다.
 
2025.11.20 - [AI] - 이 발표 자료는 AI가 만들었습니다.

이 발표 자료는 AI가 만들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발표 말미에 '이 발표 자료는 AI가 만들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꽤나 신선하고, 충격을 받았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다르게 들립

learner.tistory.com

 
이번 시험 준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laude가 문제를 만들어주고 설명해 줬지만, 최종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한 건 저였습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애매한 부분을 다시 물어보고, 시험장에서 문제를 읽고 답을 골라낸 건 결국 저였습니다.
 
AI는 강력한 비서였지만, 모든 내용의 깊이와 완성도는 제 검토와 책임 아래 있었습니다.


마치며

NVIDIA Certified Associate - Generative AI Multimodal 인증은 2년간 유효하고, 이력서에 한 줄이 추가됐습니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네요.

 
3일 벼락치기로 준비했고, Claude의 도움을 받았으며, IT 실무 경험으로 어렵게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I와 함께 학습하는 방법을 체득했고, 기초 ML/AI 개념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LINE에서 B2B 제품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번 경험은 기술팀과의 대화를 더 깊이 있게 만들고, AI 기반 제품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무료 응시 기회를 제공해 준 NVIDIA 공식 파트너 엘리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3일 동안 끊임없이 질문에 답해준 Claude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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